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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신뢰받는 검찰, 검증받은 총장 임명에서 시작된다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은 정치권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 뜻 받들라는 취지…
후보에 중앙지검장 포함 땐 정치적 중립 장담 어려워… 검찰 인사 투명하게 해야
임춘택 변호사

검찰이 또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렀다. 부장검사의 거액 금품수수 비리, 로스쿨 출신 초임검사의 성추문 사태에 이어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의 정면충돌은 검찰총장의 사퇴로 일단 불길이 잡혔으나 언제 재연될지 알 수가 없다. 검찰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검찰총장 임기제의 공든탑이 무너진 것 같아 회한과 안타까움에 내내 마음이 혼란스럽다.
일본에서 1980년쯤 판사가 여성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졌을 때 일본 국민은 법원이 아닌 해당 판사를 비난했다. 어찌 보면 이번 부장검사, 로스쿨 출신 검사의 사건도 개인의 문제로 넘길 수도 있는데 우리 국민은 검찰 전체의 문제로 취급한다. 당장 검찰 개혁 요구가 봇물이 터지고 검찰도 서둘러 개혁안을 내려고 허둥대는 모습이다. 그만큼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불신받고 있다는 증거다.
불신의 요체는 검찰총장 임명 과정에서 임기제의 의도가 왜곡되고, 같은 맥락 속에 검사들 인사도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는 데 있다. 청렴하지 못한 부장검사가 계속 요직(要職)을 거친 것이 그렇고, 주변에서 인격적 흠이 있다고 평가됐다는 로스쿨 졸업생이 여과 없이 검사로 임용된 것도 마찬가지다. 인사 시스템상의 허점은 사건 처리의 투명성과 결부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수많은 사건을 통해 쌓인 당사자들의 불만이 검사의 비위를 도화선으로 폭발한 것인데 검찰은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원래 검찰총장 임기제는 임기 동안 정치권에 휘둘리지 말고 오직 국민의 뜻을 받들어 검찰의 역할을 다하라는 취지였다. 정권이 아무 때나 입맛에 맞는 총장을 바꿔가며 검찰 조직을 좌지우지 못하도록 국민이 만든 거다. 그런데 초기에는 검찰총장을 임기 직후 법무부장관에 앉혀 임기제를 무색하게 만들곤 했다. 인사권을 가진 장관 자리는 충분히 매혹적일 수 있다. 장관에 미련이 있는 한 임기제 검찰총장이라도 임명권자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게 바로 임명권자가 바라는 바이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한때 검찰청법에 검찰총장 임기 종료 후 2년간 법무부장관 등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었다가 아쉽게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폐지됐다. 그래도 그 정신은 살아남아 정치권도 검찰총장 임기 직후 공직 취임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됐고, 역대 검찰총장들도 그 자리를 마지막 공직으로 여기는 전통이 뿌리내렸다. 국민이 정성껏 만든 탑이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검찰총장 임기제의 받침돌을 빼버리고 말았다. 고등검사장으로 있던 검찰총장 후보자를 하위 직렬로 보이는 중앙지검장으로 역발령(?)해 시험대에 올렸다가 곧바로 검찰총장을 맡김으로써 불미스러운 선례를 남긴 것이다. 중앙지검은 전국의 주요 정치·경제적 사건들이 집결돼서 그 책임자가 누구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때문에 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을 놓고 경합을 벌이는 입장에서 사건마다 정치적 중립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지금처럼 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군에 들어 있는 한 중앙지검에 있는 저울은 이따금 임명권을 가진 쪽으로 기울 수 있고 검찰의 중립을 통한 국민의 신뢰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실질적으로 훼손됐다고 보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 그대로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가 설치되고 중수부가 폐지된다 한들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것보다 하루빨리 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군에서 배제하고 소수 인원을 검찰총장 후보로 미리 선발해 일정기간 동안 국민의 검증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 정치권이건 검찰이건 검찰총장 임기제의 기본정신을 잊을 경우 머지않아 반드시 그 대가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